<장·단편 부문>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 속에서, 어린이 문학 또한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올해 MBC 어린이 문학상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읽으며, 작년에 비해 전반적인 작품의 완성도와 주제의식이 한층 성숙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심에 오른 여섯 편의 작품 가운데 세 편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볼 만큼, 각각의 세계와 메시지를 분명히 지닌 작품들이었습니다.
먼저, **「스님은 크리스마스에 뭐 하세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한 세 어린이가 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불교와 기독교라는 두 종교의 세계를 교차시키며, 인간 내면의 신념과 화합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그러나 결말 부분이 다소 급하게 풀려 여운이 짧았고, ‘엄마를 찾는 서사’가 조금 더 깊게 확장되었더라면 감정선의 밀도가 더욱 풍부해졌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종교적 상징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시도는 신선하고 의미 있는 접근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붉은 붓의 비밀」**은 신비로운 붓이라는 도구를 통해 생명을 불어넣는 서사로 시작되며, 이미 여러 차례 다루어진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한국 토종의 괴물들과 선과 악의 대립 구도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감정의 흐름을 생동감 있게 엮어낸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작가가 전통 문화의 정신을 어린이 문학의 언어로 재탄생시키려는 고민과 성실한 노력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상작 「그린볼」**은 2072년의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작가는 미래의 교육과 직업 세계를 날카롭게 투영하면서도, 그 속에 깃든 인간의 본질적 고민과 갈망을 섬세하게 포착했습니다. 계급 간의 단절, 이미 정해진 직업 구조, 그리고 이를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작동을 통해 오늘날의 현실을 절묘하게 비틀어 보여주는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진로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탁월한 상상력과 현실적 공감을 동시에 구현해냈습니다.
다만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좀 더 긴밀하게 엮였더라면, 서사의 밀도와 세계관의 설득력이 한층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미래를 향한 어린이의 시선과 현실을 비추는 어른의 사유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대와 시대를 넘어 울림을 주는 수작이라 할 만합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의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인간애를 높이 평가하며, 올해 MBC 어린이 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원유순, 류호선
<그림책 부문>
올해는 100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7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라왔다. 폭넓은 독자층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내용,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후보작들을 통해 우리 그림책의 작가층이 두터워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다만, 일러스트레이션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은 이야기가 추상적이어서 몰입도가 떨어지고(<꿈꾸는 지휘자>, <나는 무엇인가>), 이야기가 매력적이면 일러스트레이션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캐릭터에 대한 선입견과 전형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그려져 있는 등(<도와줘서 고마웠을 거야>, <안녕하세요 도깨비입니다>) 글·그림 모두가 매력적인 작품을 찾기가 어려웠다. 책을 덮었을 때 독자들이 재미·공감·감동을 느끼며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임팩트 있는 장면이나 문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내내 남았다.
심사위원 2인은 7편 가운데서 다음 3편을 집중적으로 검토하였다.
<내 동생, 논팽이>는 글과 그림의 완성도가 낮은 편이었지만 거칠고 서툰 표현이 오히려 서사와 잘 맞아떨어지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주인공의 심리를 한 발 떨어져서 표현하는 방식이나 관찰 일기를 사용해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이 영리하고 효과적인 시도였지만, 장면을 이어가는 연출이 부재하고 결말도 너무 급박하게 마무리되어 작가의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뾰족구두 아가씨>는 다른 사람의 욕망을 대리하며 살아가게 된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자아 찾기의 과정을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점점 높아지는 구두라는 상징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전개, 자유롭고 개성 있는 일러스트레이션과 능수능란한 페이지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만 의욕적인 풍자로 시작한 이야기가 날카로운 통찰과 비판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예측 가능하고 무난한 결말로 마무리된 점은 다소 아쉬웠다.
<책상 속 스파이>는 어린이의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로, 그림책 독자층이 다양한 연령대로 확장되면서 정작 어린이가 온전히 주인공인 그림책이 드물어지는 요즘 상황에서 반가운 마음으로 검토할 수 있었다. 작가는 서사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개성적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적 연출 모두 완성된 스타일로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었다.
올해에도 대상 수상작 1편을 내기보다는 더 많은 작가가 독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린다는 의미에서 <뾰족 구두 아가씨>와 <책상 속 스파이> 2편을 공동 가작으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마감일에 맞추어 제출하느라 아쉬웠던 부분들을 출판을 위해 다듬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더욱 발전시켜서 그림책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작품으로 완성해주시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신수진, 박현민
<짧은시 부문>
시의 세계는 아름답고 무궁무진하다. 생각과 연상 속에서 태어나는 시들은 언어를 춤추게 하고 새로운 옷을 입게 한다. 이번에 응모된 짧은 시들을 심사하면서 시의 표현을 이렇게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고, 읽는 내내 행복했다.
선정된 금상, 은상, 동상, 입선 작품들 모두가 표현하는 언어의 능력이 살아있다. 상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가 시의 맛을 잘 살렸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드리고 싶다. 수상에는 이르지 못하였더라도 참여한 모든 분이 시를 계속 써서 시 문학을 더욱더 아름답게 꽃피워 갔으면 좋겠다.
심사를 맡아 좋은 시를 만나고 감상할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쁘다. 이번 기회로 많은 사람들이 창작의 열기와 아름답게 살아가는 삶의 열정을 가득 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심사위원 용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