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와 표주박, 석류 같은 자연의 모양을 본 떠 정성스럽게 만든 병과 주자들은 음·양각이나 상감 기법 또는 붉은 진사(辰砂), 즉 동채(銅彩)로 정교하게 장식해 귀족 사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아니면 전혀 문양을 배제하고 오직 입체 조형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향으로 나뉘고 있다. 특히 문양 장식이 없는 경우 고품위의 재질과 맑고 부드러운 유태(釉胎)의 질감 등은 완성도 높은 입체 조형과 조화되면서 비색(翡色) 청자 고유의 우아미를 추구하게 된다. 이 작품도 처음부터 소문(素文)을 목표로 한 만큼 균형과 비례가 안정적이며 표면도 일정한 곡면을 이룬다. 물대와 손잡이의 몸통 연결부도 유기적으로 이어져 거슬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성과 기량이 조화되면서 일체감을 이룬 작품이다.
GOURD-SHAPED EWER CELADON
Goryeo Dynasty, 11-12th Century, h:29.9 d (m):3.6 w:22.3×17.3cm
Celadon wares without decoration show the unique elegance of jade green celadon. In this work, the high quality of the material and the texture of the clear, gentle glazing are in harmony with the three-dimensional form, reaching the height of perfection. This ewer was never intended to have any decoration. Instead, it emphasizes stable balance and proportion and curvature of the surface. Both the spout and handle are connected to the body organically. This piece also shows perfection in composition and skill, creating an especially strong sense of unity.
文様がない場合、高品質の素材と、澄んだ釉胎の質感などが完成度の高い造形と調和し、翡色青磁固有の美しさを追求するようになる。本作も、最初から素文をイメージして作られただけにバランスが安定しており、表面も一定の曲面をなしている。注口と把手が胴部と連結する部分も不自然さなくつながっている。デザインと職人の技量が調和し、一体感をなす作品である。
오래 전부터 표주박은 물이나 술과 같은 액체를 담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실제 표주박은 입이 좁고 둥글며 작은 윗 몸통 아래 다시 좁아들었다 벌어져 큰 아래 몸통으로 이어지는 형태로서, 크고 둥글어 양감이 큰 아래 몸통은 액체를 담기 알맞고 위 아래 몸통 사이 잘록해진 목은 손으로 잡기 편한 구조를 하고 있어서 기능성과 편리성을 모두 갖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작고 큰 위 아래 몸통의 비례, 작은 입과 잘록한 목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세련되고 유려한 조형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표주박 형태가 널리 유행했던 것 같다.
표주박 형태를 기본으로 한 용기들은 특히 고려시대에 많이 만들었다. 식물성 표주박과 그 위에 옻칠을 한 크고 작은 병, 금과 은으로 만든 아주 작은 사리용기(舍利容器) 에서 일상적인 병과 주자, 도자 가운데 특히 청자로 만든 표주박 형태의 병과 주자들은 고려시대의 공예품들 가운데서도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이 <청자 표주박형 주자>는 고려 귀족사회의 우아하면서 세련된 미적(美的)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며, 주자의 위에서 아래 밑바닥까지 손잡이와 물대(注口) 끝까지 정성을 드려 만든 작품으로 기술적 완성도 역시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 보는 풍만하면서 탄력 있는 양감과 유려한 선의 흐름과 정제된 표면, 밝고 투명한 유태색(釉胎色)은 높은 수준의 귀족적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대개 표형주자의 형태는 상감청자가 유행하기 시작하는 12세기후반을 기준으로 크게 양분된다. 앞 시기에는 위, 아래 몸통이 둥글고 목이 잘록한 형식이 주류이며, 뒷 시기는 몸통이 장란형(長卵形)으로 길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세장(細長)한 형식이 주류가 된다. 이 주자는 세장해지기 이전인 12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은 완성도와 유태(釉胎)의 상태로 볼 때 당시 최고 수준의 유물이다.
이 <표형주자>에는 장식적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표주박형의 몸통과 물대와 손잡이로 구성된 입체적인 것이 전부이다. 손잡이의 밑 몸통 쪽 부착 부위에 능화형(菱花形)으로 모양을 내거나 손잡이 등 쪽에 골 주름을 낸 것은 대부분의 주자 손잡이가 그렇듯이 거의 관행적인 것이어서 표면을 장식하려는 의도적인 행위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 주자는 표면적인 장식에 대한 관심보다 유태의 상태나 조형과 비례 같은 보다 근본적인 입체적 조형에 더 관심이 높은 특별한 취향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표형주자>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엷은 담녹색을 띠는 맑고 투명한 유약과 특별히 정선된 밝은 회청색 태토로서 재료와 질감의 주는 아름다움이다. 유약은 약간 두껍지만 표면이 안정되어 있고 전면에 균열(龜裂)이 전혀 없으며 유면은 은은한 광택을 낸다. 유층(釉層) 안에 맑고 미세한 기포가 일정하게 분포하며 불순물이 없어 전체적으로 맑고 투명하다. 태토는 정선된 미세한 입자의 치밀(緻密)질로서 견고하며 강하지만 맑고 투명한 유층을 통과하면서 일부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표형주자의 유태와 같이 순수한 최고의 재질과 맑고 투명하며 치밀하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은 육안으로 관찰할 때 느낄 수 있는 재료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형태의 균형과 조화에 있다. 표주박은 위, 아래 몸통이 수직선상에서 잘록한 목으로 연결되는 형태이며 크기와 길이 몸통의 굵기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전체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이 표형주자는 장란형(長卵形)으로 비교적 길어진 윗 몸통의 불안정한 느낌을 양감이 크고 넓게 벌어진 아래 몸통의 묵직하면서 차분한 힘으로 진정시키고, 다시 둥글고 탄력 있는 저부의 곡선으로 긴장감을 주어 전체적으로 진중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갖게 한다. 더욱이 몸통에서 뻗어 나온 물대(注口)와 손잡이 위로 향한 강한 곡선의 힘이 묵직한 아래 몸통을 다시 한 번 들어 올려 전체적으로 진중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을 갖게 했다. 입(入水口)은 별다른 모양 없이 윗 몸통 끝에 작은 구멍을 내고 뚜껑을 덮었다. 이것은 마치 알(卵)의 끝부분을 잘라낸 후 다시 올려놓은 것과 같아 시각적인 무리를 주지 않는다. 위, 아래 몸통과 입, 잘록한 목, 손잡이와 물대가 이루어내는 균형과 비례, 전체를 흐르는 유려한 곡선은 순수한 조형의 아름다움이라 말할 수 있다.
굽은 평굽으로 중심부가 조금 둥글게 들어가 있고 접지면 부분에 유약을 적당히 긁어내고 가는 백색내화토 비짐을 받쳤던 흔적이 남아 있다.
산보다 높은 산 -이근배
하늘이 내리신가
바다가 오신가
새벽 이슬 머금고
눈물 글썽이듯 아리따운 여인
한 손은 세상을 향해
크나큰 자비를 건네고
한 손은 머리에 대고
끝없는 생각의 실타래를 푸신가.
날개 접은 학인 양
긴 목을 곧추 세우고
안으로 삼킨 울음 부풀어
구만리 날아가는 종소리인가
청자소문 표형주자
나랏님 손길도 차마 닿지 못하는
세상의 빛들 모두 와서
고개 숙이고 돌아서는
이 차디찬 울음의 절정,
하늘인들 어찌 빚으랴
바다인들 어찌 물들이랴
산보다 높은 산이 솟아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