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 화단의 일재였던 오원 장승업의 작품 중 가장 많이 남아 전해지고, 그의 특기였던 화조영모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각 폭에서 주제가 되는 매, 개, 기러기 등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 외의 것은 생략하거나 대담하게 축약해 그림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장승업 특유의 힘 있고 활달한 필치보다는 정교, 정세한 묘사에 주안을 둔 표현이 눈에 띈다. 자연 풍경의 담백한 채색이 차분하고 그윽하며, 반면 영모(翎毛)들에는 순진함과 천진함이 느껴져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원 장승업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로, 안견ㆍ김홍도와 더불어 조선 화단(畫壇)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가난에 시달리다 역관들의 집에 머물고 출입하면서 당시 중국에서 유행한 화풍을 익힐 수 있었다. 장승업은 아무것에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주색을 즐겼으며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다. 그의 이러한 기질은 강렬한 필법(筆法)과 묵법(墨法) 그리고 과장된 형태와 특이한 설채법(設彩法)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작품들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호방한 필묵법과 정교한 묘사력,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장승업은 산수화, 도석·고사인물화(道釋·故事人物畵), 화조영모화(花鳥翎毛畵),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사군자(四君子) 등 여러 분야의 소재를 폭넓게 다루었다. 초기 19세기 대표적인 화원(畵員) 유숙(劉淑)에게 배워 회화의 기틀을 다졌으며 40대 이후 그림이 원숙한 경지에 도달하여 이름을 떨쳤다. 산수화는 원말사대가(元末四大家) 가운데 황공망(黃公望)과 왕몽(王夢)의 그림에 근거하고 있으며, 청나라 초기의 사왕오운(四王吳惲) 계통의 각종 남종화풍과 각체의 북종화풍을 함께 소화하여 그렸다. 또한 새로운 개성을 보이는 양주화파(揚州畵派)와 해상화파(海上畵派)의 근대적 화풍을 소화하였다. 특히 기명절지에서는 청나라 말의 조지겸(趙之謙), 오창석(吳昌碩) 등의 화풍과 근대 감각이 엿보이는 음영법(陰影法)을 수용하기도 하였다. 그의 이러한 화풍은 조선 말기의 회화를 마지막으로 꽃피우면서 그를 사사한 안중식(安中植)과 조석진(趙錫晋)에게 전하여져 우리나라 근대 회화의 토대를 이루었다.
대표작에는 <홍백매십정병(紅白梅十幀屛)>, <군마도(群馬圖)>, <어옹도(魚翁圖)>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