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에 주자와 같이 손잡이와 물을 따르는 물대를 만들어 붙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주자의 경우는 신묘한 능력을 가진 한 마리 용이 병의 중간 부분으로 스며들면서 다른 한 쪽으로 머리를 비집고 나오는 상상의 장면을 포착해 형상화시키는 뜻밖의 모습을 연출해 내었다. 주자의 몸통인 양면 편병에는 좁쌀알만큼 작은 국화꽃을 빼곡하게 찍어 넣은 문양으로 바탕을 만들고 그 가운데 능화형의 공간을 만든 후 커다란 연꽃 한 가지를 각각 새겨 넣었다. 바탕이 된 흰색 국화꽃과 깔끔해 보이는 흑백 선으로 새긴 연꽃에서 오는 각각 다른 표현 방식에서 정해져 내려온 규율로부터 벗어나려는 소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분청으로서 매우 정교한 이 작품의 곳곳에서 제작자가 오랜 세월 쌓아 온 모든 기량을 다 쏟아 넣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연꽃과 모란, 그리고 국화꽃 점 찍기는 분청 장식 문양의 삼대 요소라고 할 만큼 주류를 이루는 문양들이다. 그 셋 가운데 국화 점은 점점 단위 크기가 작아지면서 얼마나 빽빽하게 넣었는가를 기준으로 품질과 문양 장식의 뛰어남을 나타내게 된다.
EWER BUNCHEONG WARE WITH STAMPED LOTUS DESIGN
Joseon Dynasty, 15th Century, h:24.3 d (m):5.7 d:16.5 d (b):7.3cm
Tiny chrysanthemums were densely stamped on the entire body as background and a large lotus branch were then incised within a diamond pattern at the center. The incised lotus flower in black and white lines against the white chrysanthemum background show that the potter aspired to break from conventional means of expression. The spout and handle represent a dragon passing through the body of the ewer.
불로주를 품은 용 -이근배
어느 하늘 어느 구름을 물어다
비를 내리는가.
백두산 천지나 금강산 비로봉쯤
맑은 물을 길어 올려
나라님께 올리는 술을 빚더니
몸 안 가득 담고 있구나.
저 촘촘히 박힌 비늘 좀 보아
옆구리에는 막 피어난 연꽃을 달고
아장아장 국화꽃신 신고 걸어 나와
태평성대 노래를 부르누나.
나는 한 마리 용의 몸
한 오백 년 나이쯤으로는
늙지도 않고 더욱 푸르게 산다네.
사람도 한 잔 마시면 신선이 되는
불로주가 샘솟아 올라
마르지 않고 넘친다네.